Arisha Original Visual Novel

피를 마시면 안 된다면서 제 피만 탐내는 뱀파이어 아가씨와 동거 중입니다

릴리스 x 카일 뱀파이어 성 로맨스 비주얼 노벨

피를 마시면 안 된다면서 제 피만 탐내는 뱀파이어 아가씨와 동거 중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낡은 성의 의뢰를 맡은 카일과 외로운 뱀파이어 귀족 릴리스가 만나며 시작되는 위험하고 달콤한 판타지 로맨스.

폭우가 쏟아지는 밤, 의뢰를 받은 카일 브렌은 로젠펠 성의 문을 두드린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밤의 귀족이라 불리는 뱀파이어 릴리스 나흐트로제. 고압적인 말투와 달리 세상 물정에 서툰 그녀와, 쉽게 물러서지 않는 인간 청년의 동거는 피의 욕망과 외로움, 사냥단의 위협 속에서 점점 깊어진다.

Chapters

Chapter 1 Free

1장. 비 오는 밤, 뱀파이어 성의 문을 두드렸다

1장. 비 오는 밤, 뱀파이어 성의 문을 두드렸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니, 내린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하늘 어딘가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굵은 빗줄기가 밤의 숲을 사정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낡은 마차 지붕 위로 빗방울이 쏟아질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처음에는 자잘한 북소리 같던 것이, 숲길 깊숙이 들어온 뒤부터는 쇠못을 한 움큼씩 뿌리는 소리처럼 거칠어졌다. 바퀴가 진흙탕을 밟았다. 철벅. 흙탕물이 튀어 마차 바닥을 적셨다. 젖은 흙냄새, 썩은 낙엽 냄새, 비에 젖은 말의 털 냄새가 축축하게 뒤섞였다. 찬바람이 한 번 불 때마다, 카일 브렌의 젖은 외투 자락이 무겁게 흔들렸다. 그는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가죽 장갑은 이미 빗물을 잔뜩 머금어 손가락에 달라붙어 있었다. 손등을 타고 흘러내린 물방울이 손목 안쪽으로 스며들…

Chapter 2 Energy unlock

2장. 임시 체류자와 고귀한 성주님

2장. 임시 체류자와 고귀한 성주님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릴리스 폰 나흐트로제가 그렇게 말한 뒤, 로젠펠 성의 현관 홀에는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창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닫힌 성문 너머의 빗소리는 두꺼운 돌벽에 눌린 듯 낮고 둔하게 울렸다. 대신 홀 안에서는 촛불이 타닥, 타닥, 작은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갔다. 카일은 잠시 릴리스를 바라보았다. 검은 드레스. 검은 머리칼 사이로 비치는 피처럼 붉은 머리. 루비처럼 붉은 눈. 창백한 피부. 그리고 방금 전 스스로 성문을 잠가놓고도, 그다음 계획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한 얼굴. 뱀파이어. 분명 뱀파이어였다. 하지만 카일이 알고 있던 뱀파이어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헌터 길드에서 들었던 뱀파이어들은 대체로 오래 살고, 교활하고, 인간을 유혹해 목덜미를 물어…

Chapter 3 Energy unlock

3장. 세상 물정 모르는 뱀파이어 아가씨

3장. 세상 물정 모르는 뱀파이어 아가씨 카일이 눈을 뜬 것은, 빗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복도 너머에서 들려왔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아주 작고 당황한 목소리. “……이건 원래 금이 가 있던 것이다.” 카일은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낯선 천장. 낡은 객실. 벽난로 안에서는 밤새 타다 남은 장작이 붉은 숯이 되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창문 틈은 전날 밤 임시로 막아둔 덕분에 더 이상 비가 새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돌벽은 여전히 축축했다. 공기에는 젖은 나무 냄새와 식은 재 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한 장미 향이 섞여 있었다. 카일은 몸을 일으켰다. 젖었던 옷은 벽난로 근처에서 대충 말랐지만, 아직 소매 끝에는 눅눅한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는 짧은 검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한 뒤, 침대 옆…

Chapter 4 Energy unlock

4장. 첫 번째 피 냄새

4장. 첫 번째 피 냄새 다음 날, 로젠펠 성에는 비가 그쳤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은 멈췄다. 하지만 성 전체는 아직 비를 머금고 있었다. 돌벽은 축축했고, 복도 구석마다 물기가 어둡게 배어 있었다. 창틀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고, 처마 끝에서는 아직도 물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졌다. 똑. 똑. 똑. 그 소리는 성 안의 적막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카일은 아침부터 2층 복도의 창문을 살피고 있었다. 전날 확인한 것보다 상태가 더 나빴다. 검은 나무 창틀은 습기를 먹어 부풀어 있었고, 한쪽 경첩은 거의 빠져 있었다. 유리창에는 거미줄처럼 금이 가 있었다. 창문 아래에는 낡은 커튼이 축 늘어져 있었는데, 그 끝자락은 빗물과 먼지를 먹어 어두운 색으로 변해 있었다. “이건 임시 수리로 끝날 일이 아닌데.” 카일은 창틀을 손가…

Chapter 5 Energy unlock

5장. 성 밖으로 나가는 연습

5장. 성 밖으로 나가는 연습 카일의 왼손에는 하얀 천이 감겨 있었다. 피는 더 이상 배어 나오지 않았다. 상처 자체는 깊지 않았다. 낡은 못 조각에 손바닥이 길게 긁힌 정도였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통증은 있었지만, 검을 쥐지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문제는 상처보다, 그 상처를 바라보는 릴리스였다. “……그 손으로는 무거운 것을 들지 마라.” 릴리스 폰 나흐트로제가 말했다. 그녀는 로젠펠 성의 현관 홀, 반쯤 열린 커튼 옆에 서 있었다. 검은 드레스 자락은 바닥 위에 조용히 닿아 있었고, 길게 내려온 흑발 안쪽으로 피처럼 붉은 머리칼이 희미하게 비쳤다. 창밖에는 비가 그친 숲이 펼쳐져 있었다. 젖은 나뭇잎은 흐린 햇빛을 받아 어둡게 반짝였고, 성벽 아래의 풀잎들은 빗물 무게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공기에는 물 먹은 흙…

Chapter 6 Energy unlock

6장. 떠나지 말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

6장. 떠나지 말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 로젠펠 성의 현관 홀에는, 전날 마을에서 싣고 온 물건들이 아직 반쯤 풀린 채 쌓여 있었다. 마른 장작 묶음. 창틀용 목재. 기름천과 새 경첩. 양초 상자. 말린 고기와 감자 자루. 그리고 릴리스가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따로 챙겨온 꿀빵 하나. 정확히 말하면, 그 꿀빵은 이미 절반 이상 사라진 상태였다. 카일의 손바닥에 난 상처는 생각보다 빨리 아물고 있었다. 전날 마을에서 사 온 소독약은 냄새가 지독했지만 효과는 확실했고, 올드릭이 챙겨준 새 붕대도 깨끗했다. 카일은 아침에 붕대를 한 번 갈아 감은 뒤, 손가락을 몇 번 쥐었다 폈다. 조금 욱신거리긴 했지만, 수리 도구를 잡는 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카일의 손이 아니라, 그 손을 볼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리는 릴리스…

Chapter 7 Energy unlock

7장. 달빛 무도회 초대장

7장. 달빛 무도회 초대장 카일이 로젠펠 성에 더 머무르기로 한 뒤, 성의 시간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갔다. 처음 며칠은 수리 소리로 가득했다. 탕. 탕. 망치가 못을 두드리는 소리. 사각. 낡은 나무를 깎아내는 소리. 끼익.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타닥. 새 장작이 벽난로 안에서 타는 소리. 그 소리들은 처음에는 성의 적막을 깨뜨리는 낯선 소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로젠펠 성은 그 소리들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현관문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듯 울지 않았다. 서쪽 복도의 창문은 바람을 덜 들였다. 객실의 벽난로는 연기를 뿜지 않고 제법 얌전히 불을 피웠다. 그리고 릴리스 폰 나흐트로제는, 여전히 그것들을 전부 “성주의 엄격한 감독 아래 이루어진 성과”라고 주장했다. “그 못은 조금 더 오른쪽이다.” 릴리스가 말했다. 카일은 사다리…

Chapter 8 Energy unlock

8장. 목덜미까지 닿은 입술

8장. 목덜미까지 닿은 입술 무도회 당일 아침, 로젠펠 성의 옷장은 오랜만에 열렸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마자, 오래 갇혀 있던 냄새가 쏟아져 나왔다. 마른 먼지 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 빛을 보지 못한 천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남은, 오래전 누군가가 옷 사이에 넣어두었을 말린 라벤더 향. 카일은 한 손으로 코앞의 먼지를 털어냈다. “생각보다 많군.” 옷장 안에는 오래된 남성용 예복 몇 벌이 걸려 있었다. 검은 연미복. 짙은 남색 조끼. 누렇게 변한 셔츠. 먼지 낀 장갑. 금실 자수가 들어간 외투. 한때는 꽤 좋은 옷이었을 것이다. 천의 결도 나쁘지 않았고, 단추도 싸구려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때’라는 점이었다. 소매에는 접힌 자국이 굳어 있었고, 어깨에는 먼지가 앉아 있었다. 어떤 옷은 벌레가 갉아먹은 작…

Chapter 9 Energy unlock

9장. 문 너머로 돌아온 사람

9장. 문 너머로 돌아온 사람 “릴리스.” 문밖에서 카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낮고,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돌아온 목소리였다. “문 열어.” 릴리스 폰 나흐트로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 옆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무도회용 드레스는 아직 갈아입지 못한 채였다. 검은 천은 구겨졌고, 치맛자락 안쪽의 붉은 안감은 바닥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마치 피가 번진 것처럼. 손등에는 말라붙은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카일의 피. 그녀가 물어버린 자리에서 흘러나온 피. 릴리스는 그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씻어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피를 지워버리면, 방금 벌어진 일마저 함께 사라질 것 같았다. 물론 그럴 리 없었다. 입안에는 아직 희미한 맛이 남아 있었다. 따뜻하고, 달고, 끔찍할…

Chapter 10 Energy unlock

10장. 은십자 사냥단

10장. 은십자 사냥단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인간들.” 카일의 말이 현관 홀 안에 낮게 내려앉았다. 릴리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침의 로젠펠 성은 차가웠다. 밤새 꺼져가던 벽난로에는 잿빛 불씨만 남아 있었고, 높은 창문으로 들어온 흐린 빛은 바닥 위에 얇게 깔려 있었다. 전날 무도회에서 돌아온 뒤 제대로 잠들지 못한 탓인지, 공기마저 지쳐 있는 것 같았다. 릴리스는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 어깨에는 담요가 걸쳐져 있었고, 긴 흑발은 아직 정리되지 않아 가슴 앞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그 안쪽의 붉은 머리칼은 흐린 아침빛 속에서 더욱 어둡게 보였다. 루비 같은 눈동자는 카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인간들이 나를 사냥하러 온다는 뜻인가?” “아직은 몰라.” 카일은 올드릭의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뜻…

Chapter 11 Energy unlock

11장. 사냥의 밤

11장. 사냥의 밤 카일이 말했다. “네가 아직 괴물이 아니니까.” 그 말이 끝난 직후, 창문이 깨졌다. 쨍그랑! 대답도, 경고도 없었다. 은십자 사냥단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성주의 허락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이미 로젠펠 성 주변을 살폈고, 어느 창이 낮은지, 어느 복도가 어두운지, 어느 문이 오래되어 소리가 날지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니 말은 필요 없었다. 그들에게 이것은 조사가 아니었다. 사냥이었다. 첫 번째 은화살은 창문을 뚫고 현관 홀 안으로 날아들었다. 쐐액! 카일은 릴리스의 어깨를 밀었다. “숙여!” 릴리스의 몸이 옆으로 밀렸다. 화살은 그녀가 서 있던 자리 뒤편 돌벽에 박혔다. 캉! 차가운 금속음이 홀 안에 울렸다. 벽에 박힌 은빛 화살촉이 촛불을 받아 희미하게 번뜩였다. 릴리스의 붉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저건……

Chapter 12 Energy unlock

12장. 한 모금만, 그리고 멈추기

12장. 한 모금만, 그리고 멈추기 릴리스의 송곳니가 카일의 팔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통증이 팔을 타고 어깨까지 치솟았다. 카일은 이를 악물었다. “큭…….” 피가 빠져나가는 감각은 칼에 베이는 것과 달랐다. 살이 찢기는 통증보다 더 깊었다. 몸 안쪽에서 무언가가 끌려 나가는 느낌. 심장 박동이 상처 쪽으로 몰려가는 듯한 감각. 하지만 카일은 팔을 빼지 않았다. 릴리스의 손끝이 그의 소매를 움켜쥐고 있었다. 차갑고, 떨리고, 필사적인 손이었다. 은사슬은 여전히 그녀의 어깨와 팔을 조이고 있었다. 검은 드레스 위로 감긴 사슬은 살갗 가까이에 닿을 때마다 하얀 연기를 피워냈다. 릴리스는 카일의 피를 마시면서도 떨고 있었다. 마시고 싶어서. 멈추고 싶어서. 두 가지가 동시에 그녀를 찢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는 마르틴 그레이브가 두 번째 쇠뇌를 장…

Chapter 13 Energy unlock

에필로그.

에필로그. 카일 브렌은 벨트하임 마을에 있었다. 로젠펠 성이 아니었다. 삐걱거리는 현관문도, 검은 커튼도, 차가운 돌벽도 없었다. 벽난로 앞에 얌전히 앉아 수프를 “연구”하겠다고 우기는 뱀파이어 아가씨도 없었다. 대신 마을의 아침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빵집 굴뚝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왔고, 잡화점 앞에서는 올드릭이 어린 심부름꾼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장터에는 감자 자루가 쌓였고, 마차 바퀴는 젖은 흙길 대신 단단한 돌길 위를 덜컹거리며 굴러갔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카일만 빼고. “아직도 팔을 그렇게 쓰냐?” 올드릭이 카운터 너머로 말했다. 카일은 왼팔에 감긴 붕대를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많이 나았다.” “네가 말하는 ‘많이 나았다’는 믿을 수가 없어.” “살아 있잖아.” “그걸 치료 경과라고 부르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