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면 안 된다면서 제 피만 탐내는 뱀파이어 아가씨와 동거 중입니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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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에서는 삐걱거리는 현관문도, 검은 커튼도, 차가운 돌벽도 없었다. 벽난로 앞에 얌전히 앉아 수프를 “연구”하겠다고 우기는 뱀파이어 아가씨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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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카일 브렌은 벨트하임 마을에 있었다. 로젠펠 성이 아니었다. 삐걱거리는 현관문도, 검은 커튼도, 차가운 돌벽도 없었다. 벽난로 앞에 얌전히 앉아 수프를 “연구”하겠다고 우기는 뱀파이어 아가씨도 없었다. 대신 마을의 아침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빵집 굴뚝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왔고, 잡화점 앞에서는 올드릭이 어린 심부름꾼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장터에는 감자 자루가 쌓였고, 마차 바퀴는 젖은 흙길 대신 단단한 돌길 위를 덜컹거리며 굴러갔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카일만 빼고. “아직도 팔을 그렇게 쓰냐?” 올드릭이 카운터 너머로 말했다. 카일은 왼팔에 감긴 붕대를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많이 나았다.” “네가 말하는 ‘많이 나았다’는 믿을 수가 없어.” “살아 있잖아.” “그걸 치료 경과라고 부르진 않는다.” 올드릭은 혀를 차며 약초 꾸러미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카일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로젠펠 성에서 입은 상처들은 더디게 아물고 있었다. 팔의 화살 상처, 옆구리의 베인 자국, 목덜미의 잇자국. 목덜미 쪽은 거의 사라졌지만, 손끝으로 만지면 아직 희미하게 자국이 느껴졌다. 카일은 그 자국을 만질 때마다 릴리스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떠올리지 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 릴리스는 그에게 떠나라고 했다. 은십자 사냥단이 물러간 뒤, 불이 꺼지고, 카일이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