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isha Original Visual Novel

동거가 아니라 감시라니까요

세리아 x 루시안 판타지 감시 동거 비주얼 노벨

동거가 아니라 감시라니까요

처형 대신 감시를 받게 된 흑성검의 계약자와, 그를 감시해야 하는 왕국 기사 세리아의 위험하고도 가까운 동거 판타지.

처형 대신 감시를 명령받은 왕국 기사 세리아와 흑성검의 계약자 루시안이 같은 방에서 시작하는 판타지 라이트노벨. 감시라는 이름의 동거, 왕국이 숨긴 기록, 검은 별의 진실이 챕터를 거듭할수록 드러난다.

Chapters

Chapter 1 Free

Chapter 1. 처형 대신 감시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1. 처형 대신 감시 대성당의 천장은 하늘에 닿을 듯 높았다.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는 고개를 들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아침 햇살이 수천 갈래로 흩어져 성당 내부를 물들이고 있었다. 푸른빛, 금빛, 백색의 빛줄기가 대리석 바닥 위에서 겹치고 갈라졌다. 그 빛 아래, 왕국의 신관들은 흰 예복을 입고 원형 제단 주위에 서 있었다. 제단의 중심에는 한 자루의 검이 꽂혀 있었다. 흑성검 발그리안. 그 검은 수백 년 동안 왕국의 가장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고대의 유물이었다. 왕국의 건국 전쟁을 끝낸 검. 용의 시대를 종식시킨 검. 그리고 동시에, 다시 깨어나선 안 되는 검. 검신은 검었다.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빛을 반사하지 않고 삼켜버리는 듯한 색. 가까이 보면 깊은 밤하늘에 자주빛 균열이 흐르…

Chapter 2 Energy unlock

Chapter 2. 감시라는 이름의 동거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2. 감시라는 이름의 동거 저택의 밤은 왕궁의 감옥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하다는 것이 곧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밖에는 달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정원수의 그림자가 유리창 위에서 흔들렸고, 먼 복도 어딘가에서는 왕실 기사들의 갑옷이 희미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구속구는 풀렸지만, 붉게 눌린 자국은 아직 남아 있었다. 쇠가 살을 파고들었던 자리마다 둔한 열이 났다. 손을 쥐었다 펴자 뻣뻣한 통증이 따라왔다. 자유로워진 손. 그러나 자유롭지 않은 몸. 루시안은 작게 웃었다. “이 정도면 왕국도 꽤 섬세하군.” 그는 감옥에서 풀려났다. 처형도 보류되었다.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저택의 정문에는 왕실 기사들…

Chapter 3 Energy unlock

Chapter 3. 왕국의 병기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3. 왕국의 병기 에버하르트 저택의 감시는 사흘 만에 체계를 갖추었다. 첫날 밤처럼 세리아 폰 아르베르가 직접 침실 문 앞을 지키는 일은 반복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마검과 접촉한 직후, 루시안의 상태가 가장 불안정했던 밤에 한정된 조치였다. 이후 야간 감시는 교대제로 바뀌었다. 저택 내부 복도에는 왕실 기사 두 명이 배치되었고, 창문이 있는 외곽에는 감시병들이 순찰했다. 세리아는 루시안의 침실과 가까운 인접 방을 사용했다. 문 하나와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 이상 반응이 생기면 누구보다 빨리 달려올 수 있는 위치였다. 루시안은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가볍게 웃었다. “이 정도면 감시가 아니라 군사 주둔이군.” 세리아는 담담히 대답했다. “네 상태가 안정될 때까지 필요한 조치다.” “내가…

Chapter 4 Energy unlock

Chapter 4. 절벽 아래의 진실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4. 절벽 아래의 진실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는 추락하는 동안, 이상할 만큼 또렷하게 하늘을 보았다. 협곡 위의 하늘은 흐렸다. 검은 연기와 먼지가 뒤섞여 있었고, 그 사이로 찢어진 푸른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조금 전까지 그 하늘 아래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왕국 병사들의 고함,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 마도 병기가 무너지는 굉음, 적군의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세리아의 목소리였다. “루시안!” 그녀가 손을 뻗고 있었다. 늘 흔들리지 않던 푸른 눈이, 그 순간만큼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 얼굴을 본 순간, 루시안은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감시 대상 하나를 놓친 것치고는 너무 절박한 얼굴이었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 했다. 괜찮다고…

Chapter 5 Energy unlock

Chapter 5. 세리아의 각성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5. 세리아의 각성 새벽은 조용히 왔다. 노인의 작은 농가 위로 엷은 빛이 내려앉았다. 밤새 난로 안에서 타들어 가던 장작은 이제 붉은 재만 남기고 있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온 찬 공기가 방 안을 훑고 지나갔고, 벽에 걸린 약초 다발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 세리아 폰 아르베르는 의자에 앉은 채 눈을 뜨고 있었다. 잠들지 못했다. 감시 때문은 아니었다. 왕명을 수행하기 위한 경계도 아니었고, 루시안의 마기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의무도 아니었다.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에버하르트는 용을 토벌한 왕국의 진짜 구원자였다. 흑성검 발그리안은 재앙의 마검이 아니라, 용의 심장을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이었다. 에버하르트는 그 검을…

Chapter 6 Energy unlock

Chapter 6. 왕국의 명령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6. 왕국의 명령 왕국의 전령은 해가 완전히 뜨기도 전에 도착했다. 카르덴 협곡의 임시 진지는 아직 전투의 흔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상병들은 천막 안에서 신음했고, 병사들은 무너진 방어선을 다시 세우고 있었다. 밤새 피운 모닥불에서는 젖은 나무가 타는 냄새가 났고, 협곡 아래에서는 아직도 검은 연기가 실처럼 피어올랐다. 그러나 전령의 말발굽 소리는 그 모든 소리 위로 선명하게 들렸다. 규칙적이고, 차갑고, 망설임 없는 소리. 세리아 폰 아르베르는 지휘 막사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이미 갑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밤새 거의 쉬지 못했지만,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만 눈빛만은 달랐다. 전날까지 그녀의 눈은 왕국의 명령을 기다리는 기사의 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명령이 무엇인지 알…

Chapter 7 Energy unlock

Chapter 7. 흑성검의 진실

제1부. 흑성검의 계약자 Chapter 7. 흑성검의 진실 왕국의 길을 벗어난 뒤,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이 되었다. 왕도가 있는 동쪽으로 이어지는 대로는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었다. 역참마다 왕실 문장이 붙은 전령이 도착했을 것이고, 성문마다 세리아 폰 아르베르와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의 이름이 적힌 명령서가 걸렸을 것이다. 감시역이 감시 대상을 데리고 도주했다. 원로회의는 그렇게 기록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악의적인 문장을 고를지도 몰랐다. 마검의 계약자가 왕실 기사를 현혹해 도주했다. 왕국의 위험 인물이 통제를 벗어났다. 세리아 폰 아르베르는 왕명 불복종 혐의로 체포 대상이 되었다. 루시안은 말 위에서 낮게 웃었다. “이제 내 죄목에 사람 홀리는 능력까지 추가되겠군.” 세리아는 그의 옆에서 말을 몰며 대답했다. “그런 능력이 있…

Chapter 8 Energy unlock

Chapter 8. 왕국이 지운 이름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8. 왕국이 지운 이름 옛 에버하르트 영지는 지도 위에서 사라진 땅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이 사라진 땅이었다. 왕국의 최신 지도에는 그곳이 더 이상 에버하르트령으로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대신 무미건조한 행정명이 적혀 있었다. 북서 변경 제7관리구. 루시안은 그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 한참 동안 웃었다. “정말 왕국답군.” 말은 웃음처럼 나왔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세리아는 낡은 지도를 접으며 그를 보았다. “무슨 뜻이지?” “사람이 살던 땅을 숫자로 바꿔버렸잖아.” 루시안은 멀리 펼쳐진 황량한 들판을 바라보았다. “이름을 지우는 데 참 재능이 있어.” 옛 영지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한때 에버하르트 상단의 마차가 오갔다는 도로는 거의 무너져 있었다. 돌길은 군데군데 흙에 파묻혔고,…

Chapter 9 Energy unlock

Chapter 9. 원로회의의 칼날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9. 원로회의의 칼날 왕도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왕이 아니었다. 원로회의였다. 새벽의 종이 울리기도 전, 왕궁 북쪽의 회의탑에는 불이 켜졌다. 높은 창문마다 촛불이 흔들렸고, 두꺼운 석벽 안쪽에서는 늙은 귀족들의 낮은 목소리가 오갔다. 그들은 밤새 보고를 받았다. 카르덴 협곡에서 세리아 폰 아르베르가 왕명 호송을 거부했다는 보고.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가 전장에서 마도 병기의 마기를 흡수했다는 보고. 두 사람이 추격을 피해 북서쪽 옛 에버하르트 영지로 향했다는 보고. 그리고 가장 나쁜 소식. 옛 상단 창고와 지하 성소에서, 누군가 왕국이 덮어둔 기록을 가져갔다는 보고. 긴 원탁의 끝에 앉은 원로 귀족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회의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어 있었다.…

Chapter 10 Energy unlock

Chapter 10. 발그리안의 심장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10. 발그리안의 심장 왕궁 지하에는 왕도 사람들조차 모르는 방이 있었다. 그 방은 지도에 없었다. 왕궁의 공식 도면에도, 신전의 봉인 목록에도, 기사단의 비상 대피 경로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존재하지 않는 방. 그러나 왕궁에서 가장 오래된 방. 그곳의 이름은 흑성 봉인실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왕좌 뒤편의 작은 예배실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나선 계단을 한참 내려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왕궁 특유의 향 냄새도, 광을 낸 대리석 냄새도 사라지고, 오래된 돌과 쇠, 말라붙은 마력의 냄새만 남았다. 계단 끝에는 거대한 검은 문이 있었다. 문 위에는 왕국의 푸른 독수리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 아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에, 긁혀 지워진 낡은 문…

Chapter 11 Energy unlock

Chapter 11. 왕도 귀환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11. 왕도 귀환 왕도는 멀리서도 불안했다. 성벽 위로 솟은 깃발은 평소처럼 푸른색이었다. 왕국의 독수리 문장도 변함없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첨탑들은 해 질 녘의 붉은빛을 받아 금빛으로 물들었고, 성문 앞 대로에는 아직 사람들의 왕래가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루시안은 알 수 있었다. 왕도 위에 무언가가 내려앉아 있었다. 검은 구름처럼. 눈에 보이는 안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위에 내려앉은 공포였다. 그 공포는 성벽 안쪽에서부터 번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발그리안이 있었다. 쿵. 루시안은 말 위에서 가슴을 움켜쥐었다. 세리아가 곧바로 고삐를 늦췄다. “루시안.” “괜찮아.” 그 말은 예전보다 조금 나아졌다. 정확히는, 완전히 괜찮지는 않지만 아직…

Chapter 12 Energy unlock

Chapter 12. 흑성의 재림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12. 흑성의 재림 계단 아래에서 비명이 들렸다. 그것은 전장의 비명과 달랐다. 전장에서의 비명은 날카롭다. 화살이 몸을 꿰뚫는 순간, 검이 갑옷을 가르는 순간, 말이 쓰러지고 병사가 짓밟히는 순간 터져 나오는 짧고 거친 소리다. 그러나 지하에서 올라오는 비명은 달랐다. 그것은 사람이 눈앞의 죽음을 보는 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이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자들의 목소리였다.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는 계단 난간을 붙잡았다. 가슴이 울렸다. 쿵. 그것은 자신의 심장 박동이 아니었다. 흑성검 발그리안. 왕궁 지하 깊은 곳, 흑성 봉인실 안에 놓여 있어야 할 검이 울고 있었다. 아니, 울고 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루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옆구리의 상처가…

Chapter 13 Energy unlock

Chapter 13. 왕의 목격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13. 왕의 목격 왕궁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미세한 진동이었다. 알현실의 높은 창문이 떨리고, 은빛 샹들리에에 매달린 수정 장식들이 서로 부딪혔다. 그 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왕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왕좌에 앉아 있던 젊은 왕은 손에 든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보고서의 제목은 이러했다. 마검의 계약자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 및 현혹된 기사 세리아 폰 아르베르 수색 현황. 그 문장을 처음 봤을 때부터 왕은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현혹. 그 단어는 지나치게 편리했다. 세리아 폰 아르베르가 스스로 왕명에 의문을 품었을 가능성을 지우고, 모든 책임을 마검과 루시안에게 넘길 수 있는 단어였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정리되기도 전에, 왕궁이 다시 흔들렸다. 이번에는 더 강했다. 쿵. 소리가 바닥 아래에서…

Chapter 14 Energy unlock

Chapter 14. 깨어난 이름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14. 깨어난 이름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는 사흘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흑성 봉인실에서 발그리안의 마기를 받아낸 뒤, 그는 왕궁 치료실로 옮겨졌다. 신관들은 그의 몸에 남은 마기 잔향을 빼내기 위해 밤낮없이 봉인문을 유지했고, 왕실 의관들은 찢어진 상처와 탈진한 육체를 돌보았다. 하지만 누구도 확답하지 못했다. 언제 깨어날지. 정말 깨어날 수 있을지. 깨어난다 해도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지. 치료실은 왕궁 동쪽 별관에 있었다. 창이 넓고, 햇빛이 잘 들고, 바깥에는 작은 정원이 보이는 방이었다. 원래라면 왕족이나 고위 귀족이 회복할 때 쓰는 방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곳의 공기는 병실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봉인실에 가까웠다. 침대 주변에는 푸른 봉인문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문자들은 아주…

Chapter 15 Energy unlock

Chapter 15. 검은 별의 아침

제2부. 지워진 왕국의 기록 Chapter 15. 검은 별의 아침 발그리안은 왕궁을 떠났다. 왕궁 지하 깊은 곳, 수백 년 동안 봉인실의 어둠 속에 감춰져 있던 흑성검은 더 이상 원로회의의 금기가 아니었다. 왕은 대전 한가운데에서 직접 말했다. “흑성검 발그리안의 관리권을 에버하르트에 반환한다.” 그 말이 내려앉는 순간, 귀족들의 얼굴이 굳었다. 누구도 크게 반대하지 못했다. 카이든 공작은 이미 원로의 자격을 잃었고, 원로회의는 발그리안에 손댄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귀족파는 불만을 삼켰지만, 그 불만을 왕 앞에서 꺼낼 힘은 없었다. 루시안 폰 에버하르트는 대전 중앙에 서 있었다. 검은 예복 위에는 되찾은 가문의 문장, 검은 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받겠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러나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왕은…